십승지(十勝地)는 이 땅에 대재앙이 일어났을 때 이를 피하기 좋은 10군데의 피난처를 말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이나 남사고비결에 따르면 미래에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나 인간은 끔찍한 질병과 굶주림 등으로 시달리게 되고, 대다수 사람은 죽게 되며 인류는 전멸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은 끔찍한 재앙으로부터 목숨을 보전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자손 대대로 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십승지의 공통적인 특성은 삼재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삼재란 흉년, 전염병, 전쟁을 말한다. 십승지 위치 지역은 산이 높고 험해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돼 있는 곳이다. 십승지는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통로가 대개 한 곳밖에 없는데 험한 계곡과 협곡으로 돼 있다. 또 산이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수량이 풍부한 평야가 있어서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1년 농사지어 3년을 먹고살 수 있는 곳이다.

십승지는 예언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다음 열 곳이다. 풍기 차암 금계촌(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일대), 봉화 춘양(경북 봉화군 춘양면 석현리 일대), 보은 속리산 증항(충북 보은군 내속리면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 화남리 일대), 공주 유구와 마곡 사이(충남 공주시 유구읍 사곡면 일대), 영월 정동 상류(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연하리 일대), 예천 금당동 북쪽(경북 예천군 용궁면 일대), 합천 가야산 남쪽 만수동(경북 합천군 가야면 일대), 무주 무풍 북쪽 덕유산 아래(전북 무주군 무풍면 일대), 부안 호암 아래와 변산 동쪽(전북 부안군 변산면 일대), 남원 운봉 두류산 아래 동점촌(전북 남원시 운봉읍 일대)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굳이 십승지 같은 곳을 갈망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