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는 모든 게 마비됐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대책이 없다.”
북한의 포격 이틀 뒤인 25일, 아직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은 자신의 생계를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면사무소 마당에 모인 주민들은 인천으로 떠나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꽃게 성어기인데도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어부들, 고향을 떠나기 위해 나온 주민들은 부두에서 텅 빈 바다만 맥없이 바라봤다.
연평도가 고향인 꽃게잡이 어부 김광춘(47)씨는 “모든 게 마비됐다. 이곳 주민들은 바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되니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선원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 이틀간 출어를 못한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또 한다는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 여기 더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연평어촌계장 강인구(50)씨는 “국가가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 같다. 주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라며 “오늘까지 주민들이 나가면 남는 인원은 약 20여 명밖에 안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날까지 200명 정도의 주민만 섬에 남고 모두 인천으로 피난을 떠난 것으로 추산됐다. 남은 주민들도 이날 전원 섬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의 최성일(47) 위원장은 “남은 주민들을 모두 인천으로 나가게 하고 있다. 완강한 사람들 빼고 모두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의식주 문제가 걸리고 구호품으로 산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어떻게든 삶의 터전을 지켜보려던 안금녀(80)씨도 결국 아들과 함께 짐을 싸 섬을 나가기로 했다. 그는 “깨진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집이 저렇게 돼서 어떻게 하나. 딱하다 딱해”라고 혀를 찼다.
연평도행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 이날 반대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은 섬으로 가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섬으로 주민들은 대부분 “아주 가는 게 아니다. 급히 나오느라 못 챙긴 옷가지 등을 가지고 다시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