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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싫어하는 사람, 싫어하는 일

[임경선의 모놀로그]

어렸을 때 억압적인 환경에서 살았다면 어른이 되어서의 자유를 꿈꾸게 마련이다.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랑 통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겠다며.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어쩌다 보니 아직도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을 접하며, 싫어하는 일을 떠맡고 있다.

그 철모르고 열 많던 시절에도 폐쇄된 공간에서 싫은 사람이나 싫은 공부를 꾹 참고 버텨냈는데 어른이 되면서 어째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 같고 싫은 일이나 사람들을 도저히 감당 못할 것 같아 거꾸로 어린아이처럼 포효하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상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급적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들과는 접하지 않아도 되는(혹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 머리를 숙이는) 생활을 손에 넣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러면서도 한편, 머릿속으로 어른은 내 입에 단 것만 취하는 게 아니라 싫은 사람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싫은 일도 다른 유용한 일과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 하나에 삐죽 내민 입을 집어넣고 맡은 바를 해야 옳다고 자신을 설득하기도 한다. 분열은 이렇게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싫은 일을 안 하고 싫은 사람을 안 보려면 우리는 힘을 키우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해’라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싫은 사람 앞에서도 웃어야 해’라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더욱 솔직해지면서 더욱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이 함께 출중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싫은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보려 애써도 그 좋은 점조차 얼마든지 나쁘게 해석할 수 있게 되고, 싫어하는 사람의 좋은 점을 찾는 것 자체가 악질적인 스트레스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된다.

또한 싫은 상대가 몹쓸 사람이기보다 정말로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 몹쓸 사람에게 아무 말로도 대항하지 못한 자신이 가장 몹쓸 장본인이라는 것으로 위로 섞인 합리화를 하며 그 싫은 무수한 것들을 고통스럽게 관통해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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