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기습포격으로 우리 병사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병사가 다쳤습니다. 또 연평도 주둔 군부대에서 공사를 하던 인부 2명도 목숨을 잃었고, 연평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충격적인 일입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의 전투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반격 과정에서 우리 군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한 방송은 27일 “한국군의 레이더가 북한의 해안포를 잡을 수 없고 유효한 공격을 가할 수 없었던 것이 밝혀졌다”며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량 장비’입니다.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당시 연평도 해병부대는 6문의 K-9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은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1문은 훈련 때 불발탄이 끼어 작동이 되지 않았고, 2문은 적의 포격에 맞아 전자회로에 고장이 났었기 때문입니다.
적이 쏜 포탄의 위치를 역추적해 포진지 타격용으로 배치한 대(對)포병레이더는 아예 먹통이었습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는 2월 배치된 이후 8개월 만에 무려 11번이나 고장이 났었다고 합니다. 대포병레이더는 북한군의 장사정포 타격용으로 배치한 첨단화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첨단화기도 제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한낱 쇳덩어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 군의 불량 장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물에 뜨는 장갑차’라며 육군이 자랑해온 K-21은 호수에 처박혀버렸고, K-2 흑표전차 역시 엔진 결함이 발견돼 양산 계획에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정비 불량으로 링스 헬기가 추락하기도 하고, 심지어 공군 전투기가 추락한 적도 근래에 여러 차례나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김태영 국방장관 후임으로 김관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내정했습니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 ‘모의청문회’에서 “평시체제가 60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군이 행정적인 조직이 돼 가고 있다”며 정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군의 정신전력은 우수한 장비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제라도 불량 장비를 재점검하고 군의 기강을 세우는 일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