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북한의 포탄이 서울에도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한 긴장감이 한반도 전체를 뒤덮으면서 이 같은 공포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전쟁 포비아(Phobia·공포증).
일부 시민은 자동차 경적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생활주변에서 나는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등 환청 증세까지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박성민(35·여) 씨는 “일주일 가까이 신문·방송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 소식을 접하다 보니 꿈에도 나타날 지경”이라며 “이젠 인근 공사장에서 나는 굉음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조혜경(31·여) 씨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전쟁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걱정해 달래느라 혼났다”며 “혹시나 아들이 볼까봐 TV를 아예 꺼놓고 있다”고 말했다.
포탄이 떨어지는 굉음과 진동을 고스란히 경험한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심리적 공황장애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27∼28일 연평도 주민 52명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한 결과, 많은 주민이 가슴 두근거림, 현기증 등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
상담을 받은 한 가족의 경우 할아버지는 말을 잃고 헛웃음만 계속 웃었고 며느리는 식욕저하와 두통, 위염 등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면서 “연평도에 돌아가기 싫다”라며 극도의 공포감을 드러냈으며, 남편은 조그만 것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은 심리적 공황 때문인지 공복감을 호소했고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고 보고됐다.
연평도에서 피난 나온 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생들이 워낙 매우 놀라 불안감이 오래갈 것 같다”며 “학생은 물론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병철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포격으로 폐허가 된 현장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불안감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며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등의 불안감이 지속하면 운동이나 쇼핑 등 다른 일에 신경을 돌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