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아시아’를 모토로 한 국내 최초의 해외 개최 시상식에서도 ‘코리안 걸 파워’의 위세는 드높았다.1만 관객과 19억 시청자가 지켜보는 ‘201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의 주인공은 한국의 걸그룹이었다.
여성 아이돌 신화 쓰다
28일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내 코타이 아레나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의 마지막. 3개의 대상 수상자가 호명됐고, 이를 지켜본 이들의 입에서는 “역시”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2NE1이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을, 미스A가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99년 MAMA의 전신인 MKMF부터 여성 가수, 특히 여성 아이돌 그룹이 대상을 싹쓸이한 것은 처음이다. 4개의 미발표 부문을 제외한 15개 시상 부문 중 여가수가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례적인 결과다.
2NE1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미스A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데뷔 4개월 만에 ‘올해의 노래’ ‘신인 여자가수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자그룹상’ 등 3관왕에 오르며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간판 가수로 급부상했다.
중국인 멤버 페이와 지아는 마카오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으며 무대를 활보했고, 민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며 신인 그룹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행사 직후 국내외 취재진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솔직히 올해 목표가 신인상이었는데 더 바랄 것이 없게 됐다. 너무 놀랍고, 우리에게 무척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벅찬 감격을 표현했다.
“팀 이름처럼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에 한발 가까이 간 것 같아요. 신인이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부담이 되지만 앞으로 퍼포먼스적인 부분을 더 발전시키고, 여러 장르에 계속 도전할 거예요. 또 해외에서도 많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국제감각 등 ‘원더풀’
걸그룹들의 무대도 그야말로 ‘스페셜’이었다. 여느 방송이나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특수 장비와 다양한 소품을 준비한 역동적인 구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미스A는 이동식 가로 봉을 준비해 각 멤버들이 리듬체조를 하듯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며 ‘베드 걸 굿 걸’을 불렀다. 이어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의상을 갈아입고 ‘브리드’를 불렀고, 가사를 중국어, 영어, 한국어로 번갈아 가며 부르는 국제적인 감각을 드러냈다.
2NE1은 대형 천과 화려한 영상효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엔딩 무대를 장식한 원더걸스는 관객의 함성을 절정으로 치닫게 했다. 천장에서부터 긴 천을 타고 내려오며 아슬아슬하게 펼치는 고난도 안무는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글로벌 히트곡 ‘노바디’로는 수천 관객의 합창과 단체 안무를 이끌어냈다.
“라스베이거스쇼에 버금”
‘2010 MAMA’를 생중계한 일본 음악 채널 뮤직온 TV 대표 겸 소니뮤직 이사인 고료 히로시(60)는 이번 행사를 보며 한국 여성 그룹이 세계적인 쇼 비즈니스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음을 더욱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아이돌 그룹은 아름다움, 퍼포먼스, 연출력을 모두 갖췄다. 데뷔 전부터 워낙 많은 훈련을 통해 춤과 자신만의 스타일, 그룹에서의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라스베이거스나 브로드웨이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가는데 그런 것들에 버금가는 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며, 제작자로서 큰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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