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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나라가 할일을 개인이 해주니 참담”

귀 옆으로 포탄 슝슝 ‘끔찍’ 섬으로 돌아가도 못살것 같아 밥 얻어먹기도 미안…이 와중에 보이스피싱 극성 ‘분통’

“TV에서만 보던 포격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 몰랐지….”

영하로 수은주가 곤두박질친 29일 오후, 연평도 주민들이 7일째 머물고 있는 인천 중구 인스파월드 2층 로비에서 만난 박순래(55)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35년 전 연평으로 시집와 친정보다 연평에서 산 날이 더 많은 박씨는 “연평도로 다시 들어가 어떻게 살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속한 옹진군 연백에서 피난 나왔다는 박종문(74)씨는 “6·25 전쟁이야 어렸을 때 무서움 모르고 부모님 따라 피난 나왔다지만 지금은 무서운 게 어떤 것인지 알겠다”며 몸서리를 쳤다.

“귀 바로 옆으로 포탄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며 검지를 총알처럼 귀 옆으로 갖다 댄 한 주민 말처럼 이들에게 평화로운 일상을 산산이 부숴버린 북한의 포격은 잊기 힘든 생생한 현재다. 이 때문에 연평도 주민 70∼80%는 다시 연평도에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6일 송영길 인천시장, 조윤길 옹진군수와의 간담회에서 영구 이주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군청의 “단시일 내 해결이 어렵다”는 희미한 대답은 절망만을 안겨줬다.

진동 안마의자에 모여 앉은 남성 4명은 이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자기네가 정치를 못해서 무고한 국민이 이렇게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연평의 ‘연’ 자도 안 꺼낼 수 있느냐” “준전시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피난민을 위해 할 일을 개인사업자가 자원봉사 차원에서 대신해 주는 데 참담할 뿐이다”고 분노했다. 조창열(50)씨 역시 “북한은 언제 포를 쏠지 모르고, 도대체 누구를 믿고 다시 연평도로 들어가겠느냐”며 탄식했다.

◆“이게 닭장이지 대피소냐”

이날 현재 인스파월드에 대피한 연평 주민은 주민대책위원회 추산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1300㎡의 공간에 한데 모여 공포와 막막함에 밤을 지새우고 있다.

TV를 보던 한 50대 중반 남성은 “대형 찜질방이라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환기도 잘 안 된다. 이게 닭장이지 대피소냐”고 소리를 높였다. 70대의 할머니는 “공기가 탁해 눈이 아파 약을 탔다”며 “약 받는 데도 하루가 걸렸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었다.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대피소를 선뜻 마련해 준 인스파월드와 자원 봉사자에게 미안해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밝혔다. 각계 위문품은 아직 대기 중이다. ‘누구에겐 주고 누구에겐 안 줬다’는 말이 돌아 혹시나 주민 사이에 분란을 일으킬까봐서다.

2층 대형 홀에서는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 신일근 구호물품관리자가 마이크를 든 채 “어제와 오늘 보상금을 노린 보이스피싱 사례가 접수됐다. 유선상으로 계좌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물으면 절대 가르쳐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 와중에 보이스피싱을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피소를 나갈 날도, 연평도에 옷가지라도 챙기러 갈 날도 기약받지 못한 이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하루를 ‘임시로’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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