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 이른바 전형적인 ‘토이남’입니다. 사진 찍기, 책 보기, 음악, 빵 만들기, 재테크,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즐거운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이성 친구는 많았지만 여자친구가 없었죠. 그런데 최근에 저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저로서는 초인적인 용기로 손을 덜덜 떨며 최대한 솔직하게 고백해 사귀게 되었는데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부드러운 스타일의 남성이, 직설적이고 기가 센 시크한 ‘차도녀’ 커리어우먼과 교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칼럼에서 느껴지는 캣우먼님과 이미지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저 좋지만 막상 오래 사귀려면 어떻게 이 관계를 리드해야 할지요.
(물고기마음)
Hey 물고기마음!
‘토이남’의 특징 하나 빠트렸네. 매뉴얼 좋아하는 거! 오래 사귀기 위해서 관계를 어떻게 리드하고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대범한 마음이 필요해. 초식성 토이남이라 해도 남자의 불필요한 자존심이 남아 있다는 증거인데, 까뒤집어보면 그거 잘못 표출되면 조바심과 절박함으로 보일 거야. 시원시원한 그녀일 터이니 더불어 내 모습 포장할 생각일랑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편안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내면 되지, 뭐. 기 센 시크 차도녀라는 것도 편의상의 해석! 사람은 알면 알수록 여러 모습이 있다는 것, 그래서 제 아무리 거침없고 쿨한 척 하더라도 그녀 역시도 새 연애 앞에선 무방비 상태야. 연애는 점수 따기 프로젝트도 아니고, 서로 더 알고 더 사랑하다가 조금 미워지기도 하고 고비를 겪기도 하고 그러다가 못 참고 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호흡과 체온이 일치되면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되기도 하는, 뭐 그런 내 몸에 스며들듯,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리고 그 어떤 일을 겪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니, 지금 헐레벌떡 예습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 어깨 힘이나 빼고 그냥 이 순간을 음미하길. 이렇게 애타는 마음을 호소하는 것 자체도 행복이거늘. 연애는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걍 ‘하는’ 것입니다.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