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정부의 외교문건에서 북한·중국 관련 새로운 내용이 연일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의 비현실적 정세 판단도 덩달아 폭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일 위키리크스의 공개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4월 중국·미국·북한 간 3자 대화를 미국에 비밀리에 제안했다. 이는 6자회담 체제를 탈피해 중국이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였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또 다른 공개 문건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은 후계자 김정은에 반대하는 내부 세력을 찾아내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미국의 외교문건 중 한반도 관련 내용이 수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 인사가 등장하는 내용도 10여 건 공개됐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천안함 사건 발생 한 달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중국이 북한을 유용한 동맹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의 상황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 중국에 한반도 땅 할양설도
특히 폭로문건 일부에는 “북한 붕괴 시 중국에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리 관료들의 언급이 등장한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한반도 일부를 중국에 할양하는 방안”이란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향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한·미 양국 외교관들의 사견이 정보보고 형식으로 전해진 것일 뿐, 문건 내용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이번 사태는 대중·대북 외교에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상황 판단을 안이하게 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중국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라며 "직업 외교관이 외교적 수사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무능함을 노출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