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겨울 아이스크림의 양대산맥이 있었더랬다. 바로 찰떡아이스크림과 빵아이스크림이다. 시원함보다는 달콤함을 부각하기 위한 유지방 함량이 높은 아이스크림을, 처음 깨물 때 차가움을 덜어주기 위해 떡이나 빵으로 감싼 일명 ‘피복 빙과’다. 공교롭게도 동양을 대표하는 간식거리인 찰떡과 서양을 대표하는 디저트인 빵과의 대결이라니. 하지만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시절, 그 나이에는 찰떡보다 빵에 대한 로망이 더 클 때니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곧장 달려가 냉동실에 있는 빵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뜨끈한 마룻바닥에 앉아 TV에서 나오는 만화영화 보는 일은 밖에서 뛰어놀기 힘든 추운 겨울날의 낙이기도 했다.
겨울이 되면 피복 빙과가 생각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빵보다 찰떡을 고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뿐. 쫄깃한 찰떡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선사하는 반전의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 떡을 깨물면 팥이나 꿀이 아닌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을 자극하는 반전 말이다.
이 찰떡아이스크림을 동네 수퍼마켓이 아닌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찾은 곳이 동부이촌동의 모스다. 모스는 아파트인지 상가인지 구분이 안 가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근사한 쇼핑몰로 변신한 도쿄의 오모테산도 힐즈가 떠오르는, 묘한 분위기의 한강맨션 1층에 자리한 카페다.
모스에서 선보이는 찰떡아이스크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모찌크림이다. 일본 전통 떡인 모찌 안에 생크림과 초콜릿, 요거트, 라즈베리, 그린티 크림 등을 넣어 요즘 트렌드에 맞는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이 모찌크림은 얼린 상태로 나오는데, 찰떡아이스크림처럼 조금 녹인 후에 먹어야 더욱 맛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글·사진 윤희상(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