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빈민가를 중심으로 장기 밀매가 극성이다. 부도덕한 의료진,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 쉽게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삼위일체’가 됐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의 화려한 번화가를 지나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저분한 버스 정류장.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이들은 조금 전 장기를 팔기 위해 이스탄불 시내를 다녀왔다.
장기 밀매 브로커들은 터키나 몰도바 같은 나라의 빈민가를 다니며 신장을 팔 사람을 찾는다고 영화 제작자인 리카르도 네리는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장기 밀매 현장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네리는 “브로커들이 사람들을 버스에 태워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로 데려와 장기를 적출한 후 아무런 치료도 없이 집으로 곧바로 돌려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장기 기증자들이 집에 가는 길에 죽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밀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기 기증은 허용되지만 판매는 금지된다. 그러나 문제는 기증을 가장한 장기 밀매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
지난 11월 유럽연합(EU)은 코소보의 조직 범죄단과 외과의사 한 명을 장기 밀매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빈민가 사람들에게 장기 밀매를 유도, 소액을 지불한 후 이스라엘, 캐나다 등지의 환자들에게 장기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장기 이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안타깝게도 세계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범죄 조직들은 네팔, 필리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빈민가를 돌며 가난한 사람들의 장기를 사고판다.
영국 런던의 장기 이식 전문의인 나디 하킴 박사는 “기증자들은 종종 장기 밀매를 위해 이웃 국가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출한 장기를 가지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환자들이 이식을 받기 위해 기증자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온다”면서 “빈민가 인근에 최고급 일류 병원들이 들어와 있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하킴 박사는 설명했다.
특히 이런 장기 밀매는 부도덕한 의료진 때문에 성행하고 있다. 하킴 박사는 “브로커들이 보통 장기 거래를 성사시켜 건당 500달러의 돈을 버는 반면 의료진은 5만 달러가량을 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 이식 수술을 받아도 환자는 결국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하킴 박사는 경고했다. 그는 의료진이 기증자의 혈액형은 확인하지만 에이즈바이러스인 HIV나 암 등 각종 질환까지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사형수의 장기 밀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사법 제도를 감시하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 라오가이 재단의 토니 브랜디 이사는 “중국에서 밀매되는 거의 대부분의 장기는 사형수의 장기”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장기 밀매는 불법이지만 병원과 교도소 관계자, 공산당 관료들이 목돈을 받고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면서 “이들은 장기를 중국의 부유층이나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메트로 인터내셔널=엘리자베스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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