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군에 여대생의 활력을 ‘수혈’한다.
올해 초 천안함 피격을 시작으로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군에 대한 실망감이 만연한 가운데 숙명여대가 오는 10일 첫 여성 학군단(ROTC) 창단식을 연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육군·해군사관학교가 차례로 여성에게 문을 연 지 10여 년 만에 여군 장교의 새 길이 열리는 것으로 여군 60년 역사에서 또 한 번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지난 9월부터 여성 ROTC 창설을 준비했으며 지난달 30일 숙명여대(30명)와 강원대·고려대·명지대 등 6개 대학(각 5명)에서 두차례 시험을 거쳐 총 60명의 여성 ROTC 1기를 선발했다.
첫 여성 ROTC의 영예를 안은 명지대 박한슬(20)씨는 “미래의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또 다른 합격생은 “앞으로 여성 학군장교 후보생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잘해나갈지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 2년간 남성 후보생과 동일하게 학군단 교내 교육과 입영 훈련 등 장교로서 갖춰야할 기본 소양과 전기 전술 등을 연마한 후 오는 2013년 첫 여성 ROTC 소위로 임관, 2년4개월간 복무할 예정이다.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는 “여성도 장교가 아닌 사병으로 입대하라” “군부대에 커피전문점 생길 판” “여성 ROTC는 나의 스펙” 등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군단 후보생들은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군에서 여성의 무대가 펼쳐지는 기회인 만큼 멋진 소위의 모습으로 악플을 무색하게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합격자는 “군의 다양한 보직 가운데에는 여성 특유의 자질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을 것이다. 군대가 조금 더 완벽한 조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섬세함과 꼼꼼함, 부드럽고 당찬 여성성을 군에 적용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들의 포부처럼 여성 ROTC 도입이 군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경제적 발전이 심화되고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군 입지가 좁아지고 사회적 관심도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특히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의 경우 국방의 의무란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의무일뿐이라 남성보다 안보 분야에 무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인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10∼20대 젊은 층의 안보의식은 남녀 격차가 다른 어떤 사안보다 크다.
한국국방연구원 독고순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는 직접 군 경험이 없는 다수 여성에게 여군은 사회와 군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며 “특히 여성 ROTC의 경우 군에 우회적으로 접근했던 여대생에게 여성의 눈으로 군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