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성과 생동감이 무기인 뮤지컬에서는 앉는 자리에 따라 감동도 달라진다. 위치나 좌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층을 모두 R석이나 VIP석으로 최고 가격을 받는 공연이 비난받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탓이다. 같은 1층이라고 똑같은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다.
비싸다고 꼭 좋은 자리는 아니다. 작품의 성격과 내용,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최적의 좌석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별한 이벤트나 기념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미리 ‘명당’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지만 성공한다면 보는 재미는 곱절은 배가된다.
수녀들의 배꼽 잡는 라스베이거스 탐방기를 다룬 뮤지컬 ‘넌센세이션’은 통로 쪽 좌석에 앉으면 좋다. 객석으로 내려온 배우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재수가 좋다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스팸어랏’도 마찬가지다. 성배 찾기에 동참할 수 있다면 스팸 한 박스도 덤으로 받아갈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사진)라면 측면보다 중앙 쪽 자리에 앉는 게 낫다. 1인 2역의 다양한 연기 변신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튼 콜에서 조승우(사진)나 류정한, 홍광호와 시선을 맞춰 인사를 받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자 부르는 이중창인 ‘대결(Confrontation)’을 감상하기에도 측면 좌석보다 중앙 쪽이 훨씬 좋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은 비주얼이 뛰어나다. 너무 무대 가깝게 앉는 것보다 중간에서 조금 뒤쪽에서 감상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 하얼빈 역으로 들어서는 기차 영상이 세트로 바뀌는 마술 같은 순간을 체험하기 좋다. 총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도 조금은 피할 수 있다.
마니아들 중에는 같은 작품을 다른 자리에서 보는 경우도 많다. 배우뿐만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작품의 감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알짜’ 관객이 다됐다는 의미다. 연말 공연가에서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