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백화점에서 떨어져 나온 명품점, 전문병원의 시대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만난 민영일(69) 원장은 요즘 병원 진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간단한 맹장수술 같은 경우도 종합병원으로 몰려들다보니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초진 예약과 기초 검사에 3일, 검사 결과 나오는 데 3주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3분이 채 될까 말까다.
민 원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백화점이 동네 구멍가게 역할까지 하려다가 발생한 문제”라며 “의원-2차 의료기관-3차 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전달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아픈 환자만 고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민 원장은 “앞으로 전문병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에 대해 “백화점에서 소화기 내과·외과만 따로 떨어뜨려 놓은 명품점”이라며 “개인 병원의 섬세한 진료를 종합병원급의 첨단의료기기로 검사해 진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민 원장은 2008년 9월 나무병원을 개원하기 앞서 3년여에 걸친 준비 기간 동안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고민했다.
그는 “우리 병원에서는 접수 및 진료는 물론, 내시경·CT 등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수술 스케줄을 잡는 것까지 하루 만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 원장을 비롯한 나무병원 의사들은 오전에만 진료한다. 오후 시간은 오전 진료 환자의 내시경 검사 등 자료를 가지고 2차 진료를 하거나 수술을 위해 비워뒀다.
‘환자 중심’은 진료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민 원장은 “맞춤형 장세척 과정을 통해 안심하고 장을 비운 후 전문의가 직접 병실로 찾아가 일대일로 내시경 검사를 한다”며 “고객이 이동할 필요가 없어 편하고 개인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존중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또 “수면 상태에서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고 배꼽에만 구멍을 뚫고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도 환자의 고통과 입원 기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환자 중심’을 또 한 번 강조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또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나무병원이 ‘국내 최고의 소화기 전문 병원이라는 소리를 들을까’하는 것.
그는 “병원 의료진에게는 매주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나무병원을 세계인이 찾는 소화기 전문 병원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