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40)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를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체제’의 출범을 알린 삼성이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그룹 3분할론’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한층 명확히 보여줬다고 보고 있다. 부사장 단계를 건너뛰고 초고속 승진한 이부진 사장 내정자는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맡았다. 앞으로 형성될 ‘삼성그룹 3분할론’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사장 내정자가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사장 내정자는 유통·레저·서비스 계열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 조만간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이 유력한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는 패션·화학 계열을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자녀들에게 전자와 유통, 식품, 제지 부문을 나눠줬듯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는 3남매가 3분할하는 구도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 컨트롤타워 ‘삼성전자’ 출신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조직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재용 COO(최고운영책임자) 사장 내정자가 경영수업을 받아온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이 그룹의 새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대거 전진배치됐기 때문. 미래전략실 산하 6개 팀 중 5개 팀의 장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과거 삼성의 컨트롤 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이 이학수·김인주 고문 등 제일모직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룹 조직의 중추에서도 세대교체형 ‘권력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발탁된 인물들은 이재용 사장 내정자와 직간접적으로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져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