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유명한 CEO들이 입에 담고 사는 말 가운데 하나가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가 아닐까. ‘신뢰’가 중요한 것 같긴 한데 사실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툭 하면 음식에서 벌레가 나오고, 원산지를 속인 제품이 시중에 돌고…. 하지만 이 기업은 신뢰가 얼마큼 중요한지 몸소 보여줬다.
일단 이 회사가 몸담은 판이 거짓과 사탕발림이 난무했던 중고차 시장이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허위 매물에 속아 울고, 손품 발품 팔아 힘들게 구입한 중고차의 잔고장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오죽하면 한 번 중고차에 덴 고객들은 “죽을 때까지 중고차를 사지 않겠다”고 했을까.
SK엔카는 지난 2000년 ‘수리 보증’과 ‘진단 서비스’라는 획기적인 카드를 들고 이 힘든 시장에 도전했다.
신차 출고 이후 ‘7년·14만㎞이내’인 매물을 대상으로 수리보증서를 발급하는 수리 보증 서비스는 보증 기간(3개월·5000km) 내에 중요 부품 고장 시 비용과 횟수에 상관없이 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고차의 최대 골칫거리인 잔고장에 대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한 셈이다.
또 차의 내·외부, 사고 및 교체 진단, 엔진, 변속기 등의 진단을 18단계로 나누어 총 115가지 항목을 SK엔카 전문 차량평가사들이 직접 점검하는 차량 진단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보다 쉽고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GM대우와 르노삼성차 매물의 경우 인증 매장을 개설하고 신차에 준하는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잘해도 본전이었던 중고차 구매가 새 차를 사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 거래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시로서는 블루 오션이었던 오픈마켓 시스템도 SK엔카가 살아남은 또 다른 비결이다. 이 회사는 업계 최초로 인터넷과 중고차 사업을 접목,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2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킨 SK엔카는 올해 업계 최초로 매출 4000억원대 돌파가 유력하다. 이 기업은 글로벌 웹사이트 ‘오토위니(aut
owini.com)’를 열고 세계를 무대 삼아 또 한 번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