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조차 감당하기 힘든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면 건강과 가정의 평화에 경고등이 켜진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의식 개선의 영향으로 흥청망청하던 송년회가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다. 음주 대신 문화행사와 봉사활동으로 송구영신하는 직장이 늘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송년회 유형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술을 지양하는 조촐한 모임’(35.6%)이 1위에 꼽혔다. 또 가장 꺼리는 송년회 유형으로 ‘먹고 죽자형’(42.3%)이 가장 많았고,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송년회’(29.0%)가 뒤를 이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 술자리 모임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며, 최근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도 조사 결과에 한몫했다. 수년째 이어온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에 연평도 포격의 여파로 떠들썩한 행사를 지양하자는 각계의 의지가 드러난다.
대기업들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로 색다른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락(樂) 페스티벌’을 열고, 롯데카드는 사내 밴드가 준비한 공연을 관람한다. STX그룹은 뮤지컬 ‘애니’를 감상하고, 현대중공업도 생산직을 위주로 부부 동반으로 뮤지컬 ‘루나틱’을 즐긴다.
봉사활동으로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는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저소득층 아이들과 함께 프로농구 창원 LG세이커스 경기를 관람하고, 포스코 사회공헌실 직원 50여 명은 수서동의 장애인 직업재활센터를 방문해 장애우들과 함께 비누를 만들고 영화를 본다. CJ그룹은 1300명의 직원이 배추김치 2만 포기를 담가 저소득층 가정에 지원한다.
농심 켈로그는 10일까지 홈페이지에 ‘우리 아이, 아빠, 엄마가 꼭 지켰으면 하는 건강을 위한 소망’을 접수해 소망 문구가 새겨진 시리얼 전용 그릇을 선물한다.
켈로그 관계자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연말 이벤트를 생각하다가 가족 간의 건강을 염려해주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며 “연말을 시작으로 매달 캠페인을 실시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가족 건강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술 아쉽다면 ‘119회식’
사내 악기 경매 이벤트(삼익악기),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과 한국 요리 배우기(리홈쿠첸) 등 회사 특성을 살린 중소기업의 연말 이벤트도 눈에 띈다.
서울 자치구는 복지시설 위문품 전달(성동구), 양로원 방문(강동구), 쪽방촌 연탄 지원(영등포구), 치매 노인 안마(서초구) 등 구마다 다양한 ‘자원봉사 송년회’로 눈길을 끈다.
무알코올 송년회가 섭섭하다면, 적당히 즐기는 술자리가 각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 가지 술로 1차로 끝내고 오후 9시까지 마무리하자는 의미로 ‘119 송년문화 캠페인’을 펼친다.
또 코믹댄스, 살인애교 등 다양한 개인기를 알려주는 ‘회식개인기’, 복불복 게임을 통해 적은 양의 술로 즐거움을 주는 ‘주루마블’ 등 회식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등장도 올 연말 송년회의 새로운 풍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