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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검색의 시대와 지식인

요즘은 ‘검색’의 시대다. 그건 과거 권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에 불시에 누구든 당하던 ‘검문검색’이 아니다. 인터넷 정보 창고를 뒤지는 작업을 이르는 단어다. 같은 말도 상황이 바뀌면 그 안에 담는 의미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검문검색이 체포와 취조 또는 강압적 정치를 떠오르게 한다면, 오늘날 검색은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 내지는 확보를 이뤄내는 실력과 관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영역을 만들어 검색과 지식인의 함수 관계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검색어 순위 또한 화제가 된다. 상위권에 오르면 그 이름의 실체는 그 사회에서 인기와 명성을 누리는 존재가 된다. 검색어 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건 다른 차원의 시청률, 구독률, 접속자 수에 대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욕망은 곧 돈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가, 또는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의 지식과 정보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제조되고 유포된다. 그래서 검색작업은 마치 자동판매기처럼 됐다. 우리 사회의 지식창고는 이러면서 고뇌와 성찰, 비판과 조명의 과정을 생략하고도 날로 더욱 풍부하게 채워질 수 있다고들 믿는다.

하지만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가려내는 힘을 검색에서 얻을 수는 없다. 역사를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을 그런 식으로 우리의 정신적 체력으로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 현실을 마주하면서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모순을 격파하고 시대의 벽을 뚫어내는 일은 검색어 순위 경쟁이나 정보 또는 지식창고 뒤지기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단편적 정보를 얻는 것에 만족하는 머리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큰 그림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지난주 타계한 이 시대의 스승 리영희 선생의 성취는 인터넷에서 검색작업을 일상으로 삼는 풍토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흑백논리에 휘둘렸던 냉전시대에 그것은 풍성한 독서와 깊이 있는 성찰, 다양한 외국어 실력, 그리고 현실의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용기의 빛나는 소산이었다. 한 시대가 눈을 뜨지 못하고 귀가 막혀 있을 때 지식인마저 침묵하고 있다면 그건 시대의 비극이다. 진정한 지식인은 그 사회가 미처 시선을 돌리지 못한 곳에 눈길을 주는 것에서부터 탄생한다.

참된 지식인의 시선은 대세에 영합하지 않는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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