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불법사찰 논란의 재점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파문에도 박 전 대표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2008년 당시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밑의 이창화 청와대 행정관이 박 전 대표도 사찰했다고 한다”며 “C&그룹 임병석 회장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 다다래 일식집에서 식사를 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고 주장했다. C&그룹 임 회장과 동향(전남 영광)인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왜 그 집으로 모셨는지, 박 전 대표가 임 회장과 만났는지 등을 이 전 행정관이 캐물었다는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은 이미 한나라당 반이상득계 정두언 의원과 친박계 이성헌 의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등을 사찰한 것으로 지목됐다. 박 전 대표 사찰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에 이견을 지닌 정치인 대다수가 사찰당한 셈이다. 실제로 올해 초 친박계는 청와대가 자신들을 뒷조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민주당이 이날 ‘박근혜 사찰’ 카드까지 뽑아 든 데에는 예산국회 대치, 청목회 수사 등이 얽힌 상황에서 여권을 교란시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석현 의원은 구속기소된 원충연 전 조사관의 수첩에 담긴 사찰 내용을 이날 추가 공개하면서 불법사찰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정작 박 전 대표 측은 일식집 방문 시점이 틀렸다는 것 외에 사찰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뒤 박 전 대표와 다다래에 한 번 갔다. 임 회장은 만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표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얘기는 많이 있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