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만 16세 미만은 심야(자정∼오전 6시)에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다.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셧다운’ 제도에 합의하고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명문화하기로 한 까닭이다. 개정안은 연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와 게이머들은 “신데렐라법이 등장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이런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을 뿐더러 게임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문화부와 여가부의 합의가 전형적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셧다운 제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를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한 예다. 인기 MMORPG의 경우 많게는 40만 명이 동시에 플레이를 하는데 일시에 수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강제로 퇴장시키는 기술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사 이 같은 문제가 해결돼도 특정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유저가 빠질 경우 서버에 부하가 걸려 16세 이상 유저가 게임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가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존립 자체가 위기였던 부처인 만큼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규제권을 갖고 이를 통해 예산 편성을 늘려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복수의 부처가 한 산업을 규제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게임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이번 결정으로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데 있다. 게임 콘텐츠 수입국에서 “한국의 법을 그대로 따르자”고 요구할 경우 반박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수출 규모가 영화의 80배(2009년 기준)에 이르는 효자 산업이 정부의 규제로 되레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업계와 게이머도 자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부의 규제안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내부에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