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몸을 바꿨다 돌려놓는 희한한 설정에 현빈(28)과 하지원(32)은 두 배의 고충을 겪고 있지만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각자 연기에 상대방 지도까지 해야하는 분주함으로 이번 주말 방송분을 힘겹게 끝냈다. 8일 경기도 여주의 한 기업연수원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두 주인공을 만났다.
주원(현빈)과 라임(하지원)의 몸이 바뀌어 여성스러운 현빈과 씩씩한 하지원을 보는 재미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이다. 평소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하지원은 대본을 보며 느꼈던 호기심이 막상 연기를 하며 큰 고민으로 변했고, 현빈은 매회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허구라도 과장되지 않게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하지원)
“지금까지 안 해 본 연기라 욕심을 부렸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어려움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쌓여 가더라고요. 주원으로 다시 돌아오니까 너무 편하긴 한데 방송분을 모니터해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만약에 다시 라임으로 변한다면 계산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현빈)
심지어 하지원은 연기 스트레스로 촬영을 시작한 후로 몇 번이나 남자가 된 꿈을 꾸기도 한다고 했다.
“꿈에 자꾸 드라마 속 인물들이 나와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혼자 꿈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셈이죠.”(하지원)
‘몸’ 다시 찾고나니 더 잘할 걸 아쉬움
현빈은 여성성을 더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서, 특히 오스카(윤상현)와의 연기에서 소녀 같은 모습을 더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반면, 윤상현과의 입맞춤은 만족스러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감정이 들어간 키스신이 아니라 한편으로 다행이었죠. 상대가 여자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부담이 없었어요. 컷 사인이 나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었죠.”(현빈)
“아영(유인나)이와 한 침대에 누워 가슴을 보고 놀라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이 웃었어요. 남자의 심리를 어느 정도는 알것 같더라고요.”(하지원)
이런 고충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특징을 관찰하고 조언을 해주는 등 완벽한 연기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는데 하지원씨가 그걸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걸 보며 ‘정말 나를 많이 봤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현빈)
“머리부터 발끝까지, 행동과 말투 하나까지 열심히 관찰했어요. 방송을 볼 때도 현빈씨 위주로 보게 되죠. 그래도 부족할 때는 직접 물어보고요. 그런데 현빈씨가 표현하는 라임의 눈빛 연기는 정말 비슷하더라고요.”(하지원)
‘윗몸일으키기 신’ 두근두근 명장면
3일에 5시간을 잘 정도로 강행군을 하며 드라마에만 몰입하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드라마 관련 얘기들은 절로 힘이 나게 한다.
“가까운 친구들조차 저를 라임이라고 불러줄 때면 인기를 실감하죠. 얼마 전에는 사우나에 갔는데 50∼60대 아주머니들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하지원)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식이 때보다 더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이런 인기를 얻게 돼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고요.”(현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입을 모은 두 사람은 주원과 라임의 얼굴이 맞닿는 윗몸일으키기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많은 체육관에서 그 장면을 따라한다더라고요. 제가 여자라도 참 가슴이 뛸 것 같아요.”(현빈)
“그때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는 주원의 대사는 잊히지가 않아요.”(하지원)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