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전체를 대상으로 스캔들을 일으킨 주인공의 귀환은 강렬했다.
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연출 데이비드 스완) 무대에서 조승우는 뜨거운 갈증을 아낌없이 토해냈다. 관객은 극 중 루시처럼 ‘조지킬’의 능란한 무대에 압도당한 채 그가 이끄는 대로 격정과 회한의 순간을 넘나들었다.
2004년 초연한 ‘지킬 앤 하이드’는 이번이 네 번째 앙코르 무대다. 조승우는 2006년 8월 국립극장을 마지막으로 4년 동안 공백을 뒀다. 이번 공연은 조승우와 뮤지컬 팬이 동시에 기다려온 무대다. 군에서 제대한 그가 영화와 뮤지컬을 제쳐두고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자 그의 꽉 찬 무대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의미 있는 제대 선물이기도 하다.
조승우의 몸짓 연기, 목소리의 떨림까지 고스란히 감상하겠다는 듯 공연 초반 객석은 적막할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1막의 하이라이트 ‘지금 이 순간’이 흐르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고 그제야 왕의 귀환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2막에 나오는 ‘대결’은 입대 전보다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지킬과 하이드의 이중창은 제대 직후라는 시점과 오랜만의 무대라는 불안감을 완벽하게 잠식했다. 목소리는 깔끔하게 뽑아져 나왔고, 감정연기는 지킬과 하이드 어느 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친절한 지킬에서 마성의 하이드를 넘나들 때 관객들의 몸은 빨리듯 앞으로 쏠렸다.
이런 조승우의 무대는 그가 영화 ‘말아톤’과 ‘타짜’ 등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대신할 수 없는 배우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그는 소름 끼치는 가창력 대신 ‘촉이 다른’ 해석력으로 틈을 메운다. 간혹 묻히는 듯 낮게 깔리는 목소리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쉬움도 남았다. 무대가 좁아 군무는 엉켰고, 엠마 역 김소현의 청아한 보이스와 루시를 맡은 김선영의 파워풀한 가창은 기량 면에선 훌륭했지만 교본을 보는 듯 다소 답답했다. 김봉환, 이희정 등 중견 배우들의 묵묵한 뒷받침은 든든했다. 내년 5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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