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과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신호탄은 8일 개봉되는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가 쏘아올린다. 1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골리앗’에 맞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킬 ‘다윗’은 같은 날 공개되는 공유·임수정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김종욱 찾기’다. 공유의 제대 후 복귀작이며, 늘상 사연 있는 여성 캐릭터만 연기했던 임수정의 깜찍발랄한 변신이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가득한 영국, 나니아 세계에서 실력깨나 발휘하던 페번시가의 에드먼드(스캔다 케이니스)와 루시(조지 헨리) 남매는 무료한 일상을 못 견뎌한다. 설상가상으로 임시로 얹혀사는 고모 집의 사촌 유스터스(윌 폴터)와 에드먼드는 눈만 뜨면 으르렁대는데, 어느 날 방에 걸려 있던 그림 속 바다에서 배가 나타나 이들을 다시 나니아로 데려간다.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와 재회한 에드먼드와 루시는 악의 안개를 제거하고 마법의 검 7자루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순 제작비만 2억 달러, 2년 여에 걸쳐 완성한 3D 영상 등과 같은 작품 소개는 낯익다 못해 다소 지겹다. 판타지 블록버스터치고 이만큼 정성을 기울이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문제는 규모를 따라가는 완성도와 이야기의 메시지 여부다.
모험을 통해서만 소년이 사나이로, 소녀가 여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줄거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타당한 정서에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우정·사랑·존중·배려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를 줄기차게 역설하다 보니 전반부의 흐름이 다소 처지는 게 흠이다.
장어같이 생긴 바다 괴물과 싸우는 장면은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에서 문어 크라켄과의 사투를 연상시키지만, 박진감과 섬뜩함이 살짝 떨어진다. 낮은 연령대를 주 관객층으로 삼은 까닭이다.
비교적 깔끔하고 별 무리 없이 마무리했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심심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자왕 아슬란의 중후한 음성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더 아쉬워진다. 전체 관람가.
융통성 없는 성격의 한기준(공유)은 여행사에서 해고당하고 1인 기업인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연다.
뮤지컬 무대감독 서지우(임수정)는 오래전 인도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첫사랑 남자 김종욱을 잊지 못해 남자들의 프러포즈를 거절한다. 딸이 시집가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아버지의 압박을 못 이겨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찾는다. 우여곡절 끝에 기억조차 희미한 첫사랑의 상대 김종욱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한기준에게 주어진 정보는 이름 석 자뿐이고, 결국 서지우와 함께 전국에 흩어진 김종욱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원작인 인기 뮤지컬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면 두 남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결론도 그런 예상에서 한 치 벗어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는 뻔한 결과가 내다보이는 남녀 관계를 얼마나 사랑스럽고, 위트 있는 과정 속에 녹여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가늠된다. ‘김종욱…’이 실패한 대목이다. 김종욱을 찾아 나선 산장에서 함께 밤을 보내고 서지우가 갑작스럽게 한기준에게 키스를 했다가, 다음 날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등 감정의 변화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작 뮤지컬에 출연했던 역대 출연자를 구석구석 포진시키고, ‘말장난 개그’를 부지런히 섞어 넣는가 하면,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오버랩돼 연결되게 하는 등 잔재미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큰 웃음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열애설의 주인공답게 공유와 임수정의 연기는 유연하고 사랑스럽다. 공유의 팬이라면 오래 기다린 보람을 느낄 것이고, 임수정은 새로운 영역에서 훌륭한 변신을 보여준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