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도 그 광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행한 나라 중 하나다. 우리도 이런 아프가니스탄과 악연이 많다. 미국에 등 떠밀려 파병을 했고 한국 교회의 선교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7일 한국천문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 천문학협회에 30cm 천체망원경을 기증하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말 만들어진 아마추어천문단체인 아프가니스탄 천문학협회에서 한국을 지목하고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전언이다. 오래전 자신들처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한국이 그 불행을 극복한 것을 본보기로 삼고 싶다는 소망의 표시였다. 전쟁 속에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 지친 국민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대신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려는 그들의 안목이 놀랍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우리도 1972년 일본의 아마추어천문가들이 자코비 유성우 관측을 위해서 방한했을 때 이들을 맞이할 단체로 한국아마추어천문가회를 급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청년사업가였던 남궁호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해 고 조경철 박사를 비롯한 학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였다.
역시 암울했던 시절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게 해주었다. 필자도 이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다. 아프가니스탄 천문학협회에 망원경을 기증한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석재 원장도 이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아프가니스탄의 포화 속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이나 우리나라 어린이의 눈에 비친 별이나, 별은 다 같은 별이다. 마침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천문학협회의 진정성에 깊이 동감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온다. 오늘 밤에는 모두 다 같이 별을 바라보면 어떨까. 별똥별이라도 떨어지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를 위해 소원을 빌어보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