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빠. 록에 애착을 갖고 록을 즐겨 듣는 이들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국제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록빠는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비정부 나눔단체다. 티베트어로 ‘친구’ 또는 ‘돕는 이’라는 뜻으로, 티베트 난민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고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티베트 난민이라니.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가까운 곳에 있다. 인도 여행 중 록빠를 알게 된 사람들이 그들의 나눔 정신을 한국으로 가져온 것. 그리고 최근에는 록빠의 아지트 격인 카페 ‘사직동, 그 가게’를 열었다.
카페는 사직동 한적한 골목에 오래된 구멍가게처럼 정겨운 모습으로 서 있다. 록빠의 주인은 따로 없다. 자원자들이 기부금을 모아 자리를 빌리고 재활용품을 사용해 꾸몄다.
경제 활동이 아닌 나눔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인심은 후하고 분위기는 자유롭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경계가 없고 스태프와 손님 사이에도 벽이 없다. 4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공간에는 이국적이고 키치적인 소품을 비롯해 각종 수공예품, 책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티베트 난민을 돕기 위한 일을 진지하게 의논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예술가들의 공연을 열기도 한다.
메뉴도 평범하지 않다. 인도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워 할 짜이를 맛볼 수 있다. 주문 즉시 냄비에 끓여 내오는 즉석 짜이는 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줄 만큼 진하고 향긋하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넣은 토스트는 단순하면서도 입안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이곳에서 발생되는 수익금은 물론 티베트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게 되는 12월, ‘록빠’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윤희상(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