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3∼4년 뒤 대리가 되고 과장·차장을 거쳐 부장까지 진급하는 데 보통 15∼20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대기업 총수 자녀라면 어떨까.
이들은 사원으로 입사해 평균 3.8년 만에 상무급 이상의 임원이 되고, 이후 평균 2.2년마다 한 단계씩 진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재벌닷컴이 현직 임원으로 재직 중인 대기업 총수 직계 자녀 51명(아들 34명, 딸 10명, 사위 7명)의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이 상무보(이사 대우) 이상의 임원급으로 선임된 나이는 31.8세로, 평균 입사 나이가 28세라는 점에서 3.8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셈이 된다. 이는 ‘젊은 조직론’을 내세워 대규모 발탁 인사가 이뤄진 올해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신규 임원 318명의 평균 나이가 44세인 것과 비교해도 12.2살이나 빠르다. 게다가 이들은 임원이 된 후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 기간이 평균 2.2년으로 일반 임원의 평균 기간인 4년에 비해 1.8년이나 빨랐다.
실제 총수 자녀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 기록은 누구 갖고 있을까. 아들 중엔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이, 딸 중엔 정지이 현대상선 전무가 가장 빨랐다. 양 부사장은 2006년 대신증권에 공채로 입사한 뒤 1년 만인 2007년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로 임원이 됐고, 같은 해 10월 전무, 2008년 3월 부사장에 올라 평균 승진 기간은 0.3년이었다. 정 전무 역시 2004년 현대상선 사원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인 2006년 상무에 올랐고, 같은 해 전무로 승진해 0.5년의 승진 기록을 세웠다.
◆임원까진 딸, 이후 아들 빨라
최근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10년 만인 2001년 상무보로 임원이 됐고, 이후 평균 2.3년마다 승진했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3년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2년과 2.8년마다 한 직급씩 승진했다.
한편 대기업 총수 직계 자녀 중 딸(3.4년)이 아들(3.7년)보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짧았으나 임원이 된 후에는 아들(2년)이 딸(2.7년)보다 훨씬 빨리 상위 직급으로 승진했다. 사위의 경우 사원에서 임원까지 평균 5년, 이후 상위 직급 승진에 평균 2.8년이 소요돼 총수의 아들과 딸에 비해 기간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