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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기부는 즐겁게

[임경선의 모놀로그]

대기업 회사원이던 시절, 연말의 마지막 큰일은 자선 바자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그 업계 최대 규모의 행사이면서 기부금액도 상당했던 터라 준비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물품을 협찬해줄 업체를 설득해 조정하고, 호텔의 대형 홀을 빌리고, 식음료 스폰서를 구하고, 데코레이션을 하고, 행사 중간중간에 여흥을 돋울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보다 큰 기부를 하기 위해 보다 크게 일을 벌이고 크게 돈을 쓴 셈인데, 돈이 오가는 문제다 보니 흥정하거나 핏대를 올리는 살벌한 분위기도 종종 연출되곤 했다. 뭐 어느 누구에게는 연말이 1년에 한 번 있는 ‘대목’일 수도 있는 거니까.

또한 자선 바자회 행사가 끝나고 모금액을 자선단체에 안전하게 넘기는 걸로 모든 게 끝난 것도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이만큼 기부했다는 사실을 가급적 널리 알려야만 했고 사실 냉정하게는 이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언론에 “우리 회사 참 착한 일 많이 했어요”를 쓰라고 은근히 강요해야만 했던 그 참으로 안 착한 짓거리란!

그 삐딱한 과거 탓인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유명 연예인들이 ‘숨어서’ 선행했다는 사실이 포털 게시판에 굵은 글씨로 부각이 되어 있는 것을 보다 보면 ‘썩소’를 금할 수가 없다. 아, 물론 그들은 진짜로 부끄럽고 겸손해서 결코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지난 주말에 한 송년회 모임에서도 자선 바자회를 조촐하게 가졌다. 스무 명 정도의 모임 회원들은 각자 집 안에 굴러다니는 본인에게는 별 소용이 닿지 않는, 하지만 남에게는 소용이 될 것 같은 물건들을 각자 대거 수집해 와서 경매를 진행하고 수익금은 기부하기로 했다.

개개인의 스토리를 담은 물건들에 대한 소개와 경매 진행 자체는 재미가 있었고 회원들은 요긴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았고, 또 경매수익금을 좋은 일에 쓸 수 있어서 마음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개인당 기부금은 대형 행사를 훨씬 웃돌았다. 생각해 보면 기업논리나 죄책감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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