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이란 코끼리와 같아서, 멀리서 숭배하기는 편해도 같이 살기는 어렵다. 그 위대한 인물이 톨스토이나 간디처럼 유별난 순수성을 강조하는 괴상한 사상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렇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 톨스타야를 단순히 ‘악처’라고 부르는 게 불공평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톨스토이 부부의 실제 결혼 생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의심의 여지 없이 소피야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그래도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비교적 따뜻한 관점에서 보는 영화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전기적 사실들을 검토해보면, 이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하는 톨스토이는 실제 톨스토이보다 훨씬 견디기 편한 인물일 것이다.
영화는 톨스토이가 죽기 얼마 전의 이야기를 그의 비서였던 불가코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사상을 광적으로 섬기는 추종자 체르트코프의 부추김을 받아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려 하고, 그를 막으려 하는 아내 소피야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면 톨스토이는 마지막 부부 싸움 끝에, 그 유명한 가출에 나선다.
컴컴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에 가장 완벽하게 맞는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코미디일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며 등장하는 인물들 거의 모두를 가볍게 풍자하고 있다. 심지어 슬랩스틱의 양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놀라운 점은 이 영화가 예상 외로 섹시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와 소피야 톨스타야는 놀라울 정도로 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커플이며, 잦은 부부싸움에도 그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장에 따르면, 톨스토이 부부는 원래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했지만, 미디어와 추종자들이 그들의 관계를 깨트리고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퍼트렸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이 영화의 묘사는 은근히 할리우드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파파라치와 비슷한데, 분명 고의일 것이다. 하긴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의 곤경이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던가.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