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평화상 주인공은 끝내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의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못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54). 평화상의 상패와 메달이 그 빈 의자에 놓이고 1000여 명의 참석자가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고 있을 때 그는 랴오닝성 진저우 교도소의 썰렁한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중국 법원에 의해 체제전복 선동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시상식 분위기는 비장하고도 숙연했다. 중국의 전통민요 ‘모리화’가 연주됐으며,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가 애잔하게 불리어졌다. 수상자의 강연을 대신해 “나에게는 적이 없어요”라는 그의 1심재판 최후진술서가 낭독됐다. 노르웨이 여배우 리브 울만은 “자유에 대한 인간의 요구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힘은 결코 없습니다. 중국은 결국 법이 다스리는 나라가 될 것이며 인권이 최고의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는 그의 진술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의 파행은 중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 때문이다. 중국은 류샤오보가 ‘범죄자’라며 노벨위원회가 그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중국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샤오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가택연금 조치로 대리참석을 위한 출국이 무산됐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도록 공개적으로 권유함으로써 러시아·쿠바·이란·수단·사우디아라비아 등 17개국의 동조 불참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이 UN 회원국으로서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하원은 류샤오보의 석방촉구결의안을 찬성 402표, 반대 1표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채택하는 등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류가 나보다 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조속히 석방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이로써 1901년에 시작된 노벨평화상의 역사에서 본인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독일의 평화운동가 카를 폰 오시에츠키, 소련 반체제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 폴란드 민주화운동의 기수 레흐 바웬사, 미얀마 정치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특히 35년 오시에츠키의 시상식 때는 히틀러의 나치정부에 의해 가족들도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장에 놓인 류샤오보의 빈 의자는 그 자체로 중국의 인권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