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사의 프린터는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대신 잉크 카트리지는 비싸다. 이 카트리지는 폐쇄적인 설계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기술적 필요에서였을까.
#2. 최근 몇 년 새 열과 충격에 강한 내열유리 제품이 크게 늘었다. 이제 재활용쓰레기로 일반 유리와 함께 버려진다. 같이 섞여도 문제는 없는 걸까.
#3. 요즘 페트병 참 다양해졌다. 색깔이 알록달록한 라벨도 화려하다. 뚜껑이 금속으로 된 것도 있다. 그래도 다 모아 분리배출하면 될까, 의문이 든다.
재활용을 방해하는 제품 디자인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활용 가능 제품 중 일부가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소재와 설계로 소비자의 분리배출을 무력화하고 친환경 생산에 역행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린터 카트리지다.
◆수익 위해 재활용 불가처리
카트리지에는 스마트 칩이 달려 있다. 프린터의 인쇄 매수와 토너 잔량을 체크하는 게 주요 기능. 하지만 요즘엔 재제조 방지나 방해를 위한 고도의 보안 알고리즘으로 활용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칩 버전을 높여 프린터가 카트리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보통 나사로 고정하는 드럼부와 토너부를 고주파 접착, 열융착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을 방해한다.
내열유리 제품은 재활용 공정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다석회 유리로 만들어지는 일반 유리 제품과 달리 녹는 온도가 높은 붕규산 유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께 섞여 녹일 경우 붕규산 유리가 녹지 않아 재활용품에 불량을 초래한다. 문제는 육안으로 소비자들이 구분이 어려워 분리배출에 함께 섞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재활용의 대명사인 페트병의 경우 마케팅을 이유로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재활용 공정에서 페트병은 무색(투명), 유색(녹색), 복합(갈색) 3가지 색상에 따라 선별된다. 하지만 최근엔 빨강·파랑 등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이나 페트병에 직접 인쇄한 제품이 늘어나 재활용 비용 증가와 재생원료 품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 또 물에서 녹지 않는 비수용성접착제로 라벨이나 종이 라벨을 사용해 재활용을 어렵게 하고, 알루미늄 마개의 경우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해 공정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재활용 위한 규정 강화해야”
재활용 방해 제품 디자인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조업체의 인식전환과 재활용 규정 확대가 시급하다. 재활용의 시작은 분리배출이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을 배려한 친환경 제품 설계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정책팀장은 “재활용 사업자가 제품의 재질, 구조 등에 대한 개선사항을 제안하고 타당한 경우 심의를 거쳐 생산자에게 개선을 권고하고 강제하는 규정을 자원절약법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 재활용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을 경우에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하지 않도록 별도의 표시를 강제하거나 폐기물 부담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