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짜리 ‘롯데마트 통큰 치킨’(이하 롯데 치킨)이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저가의 ‘이마트 피자’가 나왔을 때보다 후폭풍이 거세다. 9월 당시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트위터에서 ‘피자 설전’을 벌인 것으로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엔 다르다. 롯데 치킨을 비꼬는 ‘얼리어닭터’(롯데 치킨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마트 앞에 줄 서는 사람들), ‘닭세권’(롯데마트에서 5분 거리의 지역) 같은 신조어와 패러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롯데 치킨은 대부분 오전 중 동이 났다. 9일 출시 이후 나흘간 10만 마리 넘게 팔려나갔다. 5000원짜리 한 장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체감 가격이 이마트 피자보다 훨씬 싼 데다, 이마트 피자가 일부 매장에서 선보인 것과 달리 롯데마트 거의 전점에서 팔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아무리 마트 주변 치킨 가게가 어려워진다고 해도 소비자가 ‘금닭하겠어요’(롯데 치킨을 먹지 않겠다)라고 하기는 힘든 유혹이다.
사실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치킨은 미끼 상품에 가깝다. 소비자가 예약표를 받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상품도 같이 사도록 유인하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치킨 400마리를 모두 팔아봤자 하루 매출이 200만원 정도밖에 안 돼 주변 상인들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200만원 벌려면 왜 굳이 대기업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치킨 장사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대기업은 ‘통 큰’ 전략 필요
대형마트가 이렇게까지 여론을 거스르는 이유는 위기감을 느끼는 탓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연평균 13%에 달했던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률은 2년 전부터 3%대로 추락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 온라인 쇼핑몰의 시장 규모(약 40조원)가 더 커져 대형마트(약 36조원)를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초 포문을 열었던 ‘삼겹살 가격 전쟁’ 또한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주변 정육점 피 말린다”는 여론 속에서도 결국 대형마트 업계는 1분기 매출을 7% 가량 끌어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자꾸 반복되는 꼼수에 여론은 서서히 임계점을 향해 들끓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트위터에서 “싼 걸 사면 그만이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느냐”고 물었다. 소비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를 이용하려고 얄팍한 잔재주를 부린다면 당연히 소비엔 이념이 적용돼야 한다. 또 치킨 통만 크게 키울 일이 아니라 평소 대기업에서 강조하던 ‘상생협력’ ‘공정사회’까지 아우르는 통 큰 전략을 보여줄 때다.
당장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오늘(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치킨을 다른 치킨 전문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부당염매 행위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소비자에게도 통 큰 시야가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