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던 스크린 속 마법 소녀가 파파라치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패셔니스타로 성장했다. 영민한 두뇌도 겸비해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브라운대에서 예술과 문학을 전공 중. 이쯤 되면 재색을 두루 갖췄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15일 개봉)로 절반의 성인 신고식을 치른 엠마 왓슨(20)은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이 영화가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주인공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사이에서 때로는 우정을 다독이고 때로는 질투를 유발시키는 똘똘이 헤르미온느로 처음 출연한 게 지난 2001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캐릭터가 다소 지겨울 법도 하지만 헤르미온느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그는 “더 이상 헤르미온느를 연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며 “헤르미온느보다 더 훌륭한 배역을 다시 맡을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성인 배우로 성큼 도약하고 싶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얼마 전에는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조금 있으면 진한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싶다.
짐승처럼 달려들었다고요?
이번 작품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까닭은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진한 키스신 때문이다. 극 중 질투에 사로잡힌 론의 환영으로, 컴퓨터그래픽을 덧씌우긴 했지만 관객들로서는 살짝 충격이다. “거의 형제처럼 지내는 친구와 키스를 나누려니 너무 끔찍해 빨리 끝냈죠.(웃음) 론을 질투하게 만들려면 열정적으로 대니얼과 키스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랬더니 대니얼이 저한테 짐승이라고 놀리더군요. 하지만 전 프로다운 제 모습이 좋았답니다.”
성인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멀고 험해 보인다. 얼마 전에는 조작된 누드 사진이 떠돌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기만을 원할 뿐이다. 아마도 이 직업의 가장 어두운 단면일 것”이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호그와트여, 이젠 안녕
시리즈가 재개될 경우,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일단 부정적인 의향을 내비쳤다. “래드클리프와 그린트 등 동료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이 시리즈를 통해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이란다.
새로운 미래를 향한 열망이 더 크다. 대학이 있는 미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앞으로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젊음을 즐기면서 연기 수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시리즈가 가져다 준 경제적 풍요로 인해 안정을 누리게 됐지만, 벌어놓은 돈을 믿고 게으르게 살 생각은 없다. “매일매일 바쁘게 사는 삶이 좋아요. 일하지 않는 나를 떠올리면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