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OCN의 새 드라마 ‘야차’의 티저 예고는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된 사극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꽤 큰 기대를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0일 금요일 방영된 본편은 케이블 드라마와 사극, 또 ‘미드’와 한국 드라마의 상관관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야차’는 ‘추노’와 ‘스파르타쿠스’, 컴퓨터그래픽과 TV 드라마, 혹은 케이블 사극의 맥락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일단 이 드라마는 19세 관람가 등급으로 방영된다. 선정성보다는 폭력성이 두드러진 결과인데 OCN과 캐치온에서 방영한 HBO의 화제작 ‘스파르타쿠스’의 예고편에 사용된 컴퓨터그래픽이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는 게 눈에 띈다.
칼을 사용한 액션에서 잘려나가는 팔다리와 튀어 오르는 핏줄기를 CG로 표현한 것이다. ‘스파르타쿠스’의 폭력성과 오락성이 고대를 배경으로 한 검투사 액션에 근거하고, 컴퓨터 게임 세대를 겨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재미있는 건 언급한 대로, OC
N과 캐치온, 즉 온미디어의 자체 제작 예고편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CG가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미국 본토에서 화제를 거둔 미드를 로컬라이징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 활용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예고편 자체가 테스트 보드로 기능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것은 케이블 자체 제작의 과정이 보다 복잡하고 전문화되고 있다는 점을 유추하게 만든다. 여기에 ‘야차’의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점, 그리고 내러티브가 정치권의 권력 암투와 등장 인물들의 운명적 대립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2010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추노’가 제시한 대안적 관점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사극이야말로 한국 드라마의 대표적인 장르라는 점에서, 케이블 드라마가 장르를 경쟁무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야차’의 차별화된 컨셉트와 구성은 나름의 변별력과 경쟁력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소 어색한 CG와 폭력적인 액션 외에는 언급할 게 별로 없는 서사 구조는 이 스타일리시한 사극 액션 드라마의 발목을 슬쩍 잡지만 한편 케이블 드라마의 제작 환경과 기반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야차’는 좀 더 기대해볼만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