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파동 근본원인이상득 "또 왜들 이래"
예산안 파동 국면에서 연일 강공을 펴고 있는 민주당이 급기야 ‘형님’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예산안 파동의 근본 원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며 그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14일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 독재’와 함께 ‘형님 권력’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과 그 형님은 절차나 법은 처음부터 지킬 생각을 하지 않는 천민의식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국정을 망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권력 사유화의 핵심인 형님권력을 퇴진시키고 권력의 공공성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아니라, 모든 국정의 만사형통으로 통하는 ‘형님’께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해결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물러나실 때도 됐다”며 “국회에서 계속 갓파더(대부) 역할을 하면서 대군 노릇을 하면 민주주의가 어려워진다”고 힐난했다.
대변인 논평에서도 이번 사태 수습책으로 4대강 예산 전액 삭감, 이 대통령의 사과 등과 함께 ‘형님의 퇴진’이 제기됐다. ‘형님 예산’의 규모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형님 예산의 총계를 내보니 당초 정부안보다 1449억이 늘어난 3665억에 달했다”며 “영포회 송년회에서 ‘육해공 사방천지에서 형님예산이 줄줄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 형님예산은 10조1396억원, 출범 전의 계속사업까지 포함하면 3년간 12조863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날 야당의 공세에 대해 “(형님예산 얘기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온 것”이라며 “왜들 이러느냐”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고흥길 사퇴로는 부족정례회의도 돌연 취소
예산안 강행처리 후폭풍에 따라 여당 내에서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 인책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이한구 의원은 14일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처리의 책임자는 원내대표지만 그동안 쌓인 불만이 같이 터진다면 책임질 사람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홍준표 최고위원도 회의석상에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안 대표를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례 당직회의(원내대책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전날 회의처럼 지도부 책임론이 거듭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하지만 “더 이상의 당·정 문책은 없다”며 ‘고흥길 사퇴’ 카드로 매듭지으려는 안 대표의 생각과 달리 당내 분위기가 험악하다. 당 관계자는 “보온병 파동 물의, 예산안 처리와 사후조치에서의 리더십 부재가 안 대표 퇴진론의 근거”라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남 의원보다 다음 총선이 위태로운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공감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개혁파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한 지도부의 책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회동키로 했다. 향후 당내 여러 모임을 통해 지도부 인책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사진설명]4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권영세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이상득 의원 등이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