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 1위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만드는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대규모 폭력시위로 저개발국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현지 경영 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동안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몰렸던 우리 기업들은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자 점차 다른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지역으로 공장을 옮겨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노동집약 산업인 의류업체들은 저개발국가가 많은 동·서남아시아에 공장을 건립하고 현지 생산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문제는 이런 저가 생산기지들에서 거의 예외 없이 임금 인상 요구 및 노사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2008년에만 700여 건의 불법파업이 있었다.
이번 영원무역 사태 역시 발단은 임금 문제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11월 1일부로 새로운 임금체계를 시행했는데, 비숙련 노동자들에게 등급에 따라 최저임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임금 인상 혜택에서 제외된 숙련 노동자들이 불만을 터뜨렸고 결국 폭력시위로까지 발전했다.
영원무역의 경우 지난 6일 방글라데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임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조정 대상이 아닌 숙련공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11일 노사합의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임금을 올려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의아한 부분은 합의가 이뤄진 당일, 괴한이 침입해 공장을 점거하고 기물을 부쉈다는 대목이다. 영원무역 측은 “외국 투자기업을 공격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이슈화하려는 외부 세력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 영원무역이 17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대 업체여서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요에 대해 ‘예견된 사태’라고 분석한다. 일부 기업은 노무 관리 능력이 떨어져 갈등 발생 시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현지 노동자를 향한 폭행이나 욕설, 인종차별 발언 등이 행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2년 동안 머물렀던 정모(42)씨는 “한국사람 한 명이 1시간에 끝낼 일이 그 나라에서는 4명이 매달려도 끝나지 않아 어떨 때는 화가 치밀어 감정적 대응을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영원무역 사태를 계기로 저개발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주와 임·직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글로벌 인사 관리, 현지 주민에 대한 인간적 접근과 문화 존중, 현지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야만 ‘올챙이 시절 모르는 스크루지’ 지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