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의 별명은 ‘이사돈’이었다. ‘스톱’을 외치지 않으면 ‘24시간 돈다’는 현란한 춤 솜씨 덕분에 붙은 별명이었다. 연기자로 안착하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조선시대 팜므파탈로 돌아온 전혜빈(27)에게 더 이상 ‘스톱’은 없다.
조선시대 팜므파탈 변신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 액션 사극 ‘야차’는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따리째 가져다 줬다. 연기자 변신 후 첫 주연 타이틀을 줬고, 첫 회 분당 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하며 자신감까지 안겼다.
“문경, 마산 등지에서 촬영을 하던 8월 내내 비가 왔어요. (서)도영 오빠는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갈 뻔하기도 하고요. 당시엔 물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만 모두 대박 조짐이라며 서로 격려했던 게 맞아떨어진 것 같네요.”
‘한국판 스파르타쿠스’라는 수식어로 일찌감치 관심을 끈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하는 정연은 조선 시대 팜므파탈이다. 두 남자 주인공 백록(조동혁)과 백결(서도영)에게 버림받고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애써 누른 채 복수의 칼을 겨눈다.
작품에서 홍일점인 그는 1, 2회에서 목욕신과 노출신을 선보이며 남심을 흔들었다. 데뷔 8년 차인 그에게도 노출 연기는 처음이었다. 정작 그에게는 작품의 뼈대를 잘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큰 부담이었다.
“작품을 이끄는 액션은 남자 배우들 몫이니 드라마는 내가 맡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어요. 연기 잘한다는 칭찬도 받긴 했는데, 저만의 비밀 연습실이 있어요. 화장실요. 하하. 발성·발음 연습하는 데 딱이더라고요.”
내년엔 ‘포세이돈’ 합류
열아홉 살이던 2002년 걸 그룹 LUV의 멤버로 얼굴을 알리고, 예능 프로그램 ‘천생연분’을 통해 끼를 드러냈다. 무대에서 느끼는 짜릿함보다 연기의 매력에 빠지면서 배우로 새로운 꿈을 정했다. 여러 드라마의 조연을 거치며 경력을 쌓다 2007년 출연한 사극 ‘왕과 나’로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다.
“일이 잘 풀리니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소속사를 나와 일하기 시작하면서 10년치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했죠. 다행인 건 가시덤불에서 뒹굴던 그 시간이 거름이 돼 제 밑에 깔린 느낌이라는 거예요.”
내년 2월까지 ‘야차’로 시청자와 만난 그는 곧바로 드라마 ‘포세이돈’으로 여세를 몰아간다. 에릭·유노윤호·김강우·김옥빈 등과 함께 해양 경찰청의 활약을 그린다. 발랄한 응급구조사 역을 맡아 이번 주 첫 촬영을 시작한다.
“‘야차’를 통해 ‘어떤 캐릭터를 맡기든 잘할 수 있는 배우’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어요. ‘포세이돈’에선 밝고 통통 튈 테니 기대해 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춤 실력 살릴 수 있는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쉬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는 뜻이랍니다.”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