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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그들이 말하지 않은 길

[김민웅의 인문학 탐사]

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올해를 이끈 책들을 선정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는 베스트 셀러가 꼭 좋은 책인가,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유용한 기여를 했는가이다. 고전적 가치를 가진 책들이 나오자마자 이내 진열대에서 사라진 채 독서시장에서 숨이 멎는 듯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지수가 반드시 우량도서를 입증하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은 독자들이 책을 고르는 손길이 예전에 비해 신중하다고들 한다. 출판 마케팅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기는 하지만 서평도 꼼꼼하게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추천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선택한다. ‘독자의 주체성’이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더해 책값도 점점 만만치 않고 쏟아져 나오는 양도 질겁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자들도 긴장한다. 똑똑해진 독자들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렵다.

이런 가운데서 올해 단연 독서시장을 강타한 것은 전반부에서는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이며, 후반부는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다. 이 두 책은 그 책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하나의 사회현상을 만들어냈다. 물론 두 책 모두 미국과 영국의 최고 명문 대학인 하버드와 케임브리지에 재직하는 교수의 저작이라는 점이 책의 사회적 발언권을 높여준 대목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제 이것만큼은 꼭 말해야겠다”는 우리 사회 내부의 의식과 의지가 그 책에 대한 독자의 선택 속에 담겨 있는 것을 놓칠 수 없다.

2008년 대선에서 우리 사회는 ‘욕망’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쪽으로 쏠린 것이다.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시장의 풍요에 대한 약속에 온몸을 맡겼다. 그러나 지난 2∼3년이 지나면서 그 욕망은 일부 소수에게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과 보다 소중한 가치는 ‘정의’라는 것을 깨달아 갔다. 그리고 부자를 잘 살게 하면 그 덕에 모두가 잘살게 되리라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신탁이 얼마나 허망한지도 절감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진실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 까닭이다. 드라마 ‘대물’의 대통령 후보 서혜림은 이렇게 말한다. “조금 가난해도, 서로 아끼고 보살피며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들면 어때요?” 사라진 희망이 되돌아오는 비밀은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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