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은 지난해 방영된 ‘아이리스’의 스핀오프다. 한국에서 이런 식의 스핀오프 드라마가 제작된 경우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테나’는 일단 독특한 포지션을 얻는다.
여기에 ‘아이리스’와는 달리 억지스럽거나 지나치게 낭만적인 장면 대신 현실적인 수준의 묘사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장르 드라마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요컨대 ‘아테나’는 여러 가지 맥락에서 흥미롭게 볼 필요가 있는 드라마다.
정우성·차승원·수애가 주연하는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기존 액션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고민이 돋보인다. 그러나 여러 맥락에서 ‘아테나’의 등장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개연성은 ‘아이리스’와 마찬가지로 그리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는다.
최정예 요원의 단독행동과 제대로 된 보고 체계조차 없는 걸로 보이는 NTS의 인력과 장비운용은 제아무리 급박한 배경음악과 잔뜩 무게 잡은 중견 배우들의 등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주로 영화에서 활동하던 주연 배우들의 등장과 나름의 현실성을 부여한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신기술 개발을 둘러싼 강대국과의 첩보 경쟁이라는 설정 아래 미국과 러시아 등을 적으로 설정한 ‘파격’이 돋보인다.
이런 변화는 곳곳에 새겨진 고민의 흔적(‘미드’의 느낌을 내기 위해)과 함께 ‘아테나’를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만든다. 현실적인 액션과 뜻밖의 유머 감각 역시 이 드라마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아이리스’와 ‘아테나’는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와 종합 콘텐츠 제작사 에이치플러스커뮤니케이션이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에이치플러스커뮤니케이션의 대표는 조현길 사장으로, 아인스M&M과 합병하던 당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다.
에이치플러스커뮤니케이션은 콘텐츠의 다양한 유통과 제작을 맡고 있는데 IPTV와 영화, 인터넷 다운로드와 해외 판매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것은 명백하게 21세기 이후에 벌어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다.
단순히 ‘대작’ 드라마의 유행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변화가 한국 드라마의 종합적인 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또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아테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