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연애한 지 석 달 된 남자친구와 최근에 어떤 계기로 결혼에 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게 꼭 지금의 남자친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은데 제 남자친구는 제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여자랑도 결혼할 생각이 없고 아이도 가질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건 자기의 신념이래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평생 사랑하자고 제게 말하곤 합니다. 저는 꼭 사랑의 결론이 결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평생 사랑하자는 그의 말만 믿고 나이 들어서 헤어진다면 너무 무책임할 것 같네요. 이 문제로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를 피하자고 약속했지만 전 너무 힘듭니다. 닥치지도 않은 미래의 문제로 고민하는 저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제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새우깡)
Hey 새우깡!
평생 사랑하자고? 그런 말 하지도 말라고 해. 결혼을 안 해도 평생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남자처럼 잔인한 남자가 또 어디 있을 까. 왜 여자친구에게 도망갈 구석 정도는 만들어 줄 용기는 없는 건지. 여자친구에게 “나는 결혼할 생각은 없으니까 네가 정 결혼을 하고 싶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상대를 지금이라도 찾아라”라는 소리를 들으면 당혹스럽겠지만 그 정도쯤은 말해주고 욕먹는 입장이 되어주는 것이 애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아닐까?
결혼은 안 하지만 평생 사랑할 테다 식으로 말을 해버리면 여자친구는 도망도 못 가잖아. 도망도 못 갈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가 어느 순간 절실하게 결혼을 원한다고 해도 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원천봉쇄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결혼을 거론하는 스스로를 속물적이고 천박한 사람으로 비하하게 만드는 셈이니 너무 이기적이다. 조만간 “또 모르지. 네가 하기에 따라서 내 신념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라는 헛소리로 사람 헷갈리게 할지도 모르겠네. 결혼을 안 하고 평생 사랑할 수 있는 기량을 가졌다면 결혼을 해서도 평생 사랑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