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하자면 ‘황해’는 분명 잘 만든 영화다.
그러나 흔히들 말하는 연말연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블록버스터냐 아니냐를 묻는다면 개인적인 답변은 ‘글쎄’다.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와 선혈이 낭자한 액션 장면은 상업적 의도와 더불어 감독 개인의 취향과 고집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중적인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들을 흡수하기에는 ‘마니아’적인 색채가 상당히 짙다는 뜻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개봉됐을 당시, 한 영화평론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기에 따라서는 작가영화로 취급될 만한 이런 작품들이 메이저 투자·배급사에 의해 블록버스터처럼 와이드 릴리즈로 공개되는 나라는 아마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프랜차이즈물들이 득세하는 할리우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물 또는 멜로물이 흥행에 주로 성공하는 일본과 구분되는 현상이므로,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오해 마시라. 이같은 영화들이 여름방학과 추석, 연말연시 같은 성수기에 개봉되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한국 영화산업의 지형도가 일반적인 시선으로 평가하기에는 대단히 복잡하고 애매모호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꺼낸 나름대로의 화두다.
한국 관객들은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매우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성향으로 정평(혹은 악명)이 자자하다. 장르의 공식도, 트렌드도 먹혀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오로지 완성도 하나만을 중시 여기는 것도 아니다. 이제까지 그 어느 영화인도 해답을 찾지 못한 숙제다.
이른바 ‘상업영화’의 외피를 두른 ‘작가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황해’의 흥행 성공 여부가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