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세종시 찬반논쟁에서부터 여름 폭우로 인한 배추값 파동, 전셋값 폭등과 구제역 확산에 이르기까지 조용할 날이 별로 없었다.
거기에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사태까지 일어남으로써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2010년이었다. 그 소용돌이의 급류 속에서 가쁜 한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지내온 한해였다. 대부분 아쉬움도 많고, 서운함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 주말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썩 흥겹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갑자기 몰아닥친 매서운 한파 때문에 마음을 한껏 움츠린 탓이었을까. 연말에 들면서 학교 동창이나 친구들끼리, 또는 회사 부서별로 가졌던 송년회도 그냥 단조롭게 지나갔다는 느낌이다. 으레 폭탄주가 돌아가고 그에 따라 걸쭉한 건배사가 한마디씩 외쳐지면서 시끌벅적하던 예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긴, 자칫 전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걱정들 하는 판국이었으니 연말이라도 술 몇 잔에 쉽게 취하지는 못했을 듯싶다.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시장 경기는 사회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서 극복하고 올해 월등한 수출 실적과 성장률을 기록했다지만, 서민들의 체감지수로는 거의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적잖은 연말 성과급을 나눠준다는 소식에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오히려 심란해지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을 법하다.
각자의 입장에서 연초에 가슴속에 새겼던 각오와 포부를 새삼 돌이켜보게 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2010년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으면서 호랑이처럼 온 천지에 포효하며 살 것이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과연 얼마나 충실히 지킨 것일까. 아니, 10년 전 2000년의 새 밀레니엄을 맞으며 굳게 다졌던 포부와 설렘은 또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지나고 나면 늘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 차는 것이 세월을 보내는 마음이지만 이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새 밀레니엄의 10년이, 그리고 한 해가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감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더욱 기분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야만 한다. 비록 지난 한 해의 대차대조표가 흡족하지 않다고 해서 앞으로의 기대와 계획까지 미리부터 패배주의에 묻어두어서는 안 된다. 달랑 한 장뿐인 달력의 마지막 며칠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그래서 아름다운 까닭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