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42)은‘황해’에서 자신이 연기한 면가란 캐릭터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선배님과 비교해 누가 더 지독한 살인마인지 의견이 분분한 것같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면가는 모든 인간 관계를 거래로만 받아들이는 차가운 성격의 비즈니스맨일 뿐, 개인적인 만족과 재미를 위해 살인을 일삼는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기자의 해석이 어떻든 영화속 이 남자, 정말 괴물같다.
)극 중에서 서른 명 가깝게 죽이는 것 같다.
))정확히 세 보지는 않았지만 그 쯤 될 듯싶다.(웃음)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지. 도끼로, 칼로, 족발뼈로…. 상황에 따라 손에 잡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무기화하는 사내다.
)살인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
))솔직히 웃긴다. 극 중 족발뼈는 알고 보면 말랑말랑한 재질로 만들어 하나도 안 아프다. 그걸 가지고 심각한 척 머리를 때리고 있으니 우리들끼리는 낄낄댈 수밖에 없다. 면가는 대단히 장르적인 캐릭터다. 너무 정색하지 않고 봐 주셨으면 한다.
)구상 단계부터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는 ‘추격자’를 끝내고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나 감독으로부터 술자리에서 ‘황해’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반해버렸다. 매우 독특하고 이국적인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출연을 약속했다.
)나 감독과 하정우, 두 사람을 평가해달라.
))나 감독은 첫째 동생, 정우는 둘째 동생이나 다름없는데 평가하기가 조금 그렇다. 우선 정우는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배우다. 굉장히 머리가 좋고 섬세하며 힘이 있다. 대배우가 될 것 같다. 나 감독은 평상시 개구쟁이같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재능과 지구력까지 두루 갖췄으니 흠 잡을 데가 없다.
)너무 칭찬 일색이다.(웃음) 촬영 기간 중 소문이 많았다.
))이제까지 잘된 작품치고 촬영장에서 큰소리 나지 않은 영화가 없다. 소풍 가는 게 아닌 이상, 현장에서 더 높은 완성도를 뽑아내기 위해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다. 예정됐던 제작비를 초과해도, 촬영 기간이 길어져도 미리 찍어놓은 촬영 장면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중국 내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거꾸로 질문하겠다. 이 영화에서 진짜 악당은 누구인가? 면가만 하더라도 절대로 남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사각 팬티만 입고 도끼를 휘두르는 중국 호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가 자신을 건드려야지만 반응한다. 구남(하정우)과 면가 일당을 중국에서 불러들인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들을 자신들의 치졸한 싸움에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인 우리 사회의 인간들이 더 나쁘다. 그러므로 조선족과 관련된 묘사는 외피에 불과하다.
)연말연시 분위기에 지나치게 어둡다는 의견도 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
))자본의 논리가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할리우드에서 ‘황해’ 같은 영화가 성수기에 개봉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영화계의 장점일 수도 있다. 만약 ‘황해’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비슷한 작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한국 영화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많은 관객들이 봐줘야 한다. 아 참, ‘추격자’는 밸런타인데이에 개봉됐다. ‘추격자’는 물론이고 ‘황해’도 연인이 함께 보기에 괜찮은 작품이다.(웃음)
)차기작 계획은?
))내년 2월 촬영에 들어가는 ‘완득이’에 출연한다. 베스트셀러 소설로 유명한데, 주인공 완득이의 선생님이다. 독특한 교육관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다. 그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황해’ 촬영 때 불린 체중을 줄일 생각이다. 8㎏ 정도 찌웠는데 아직 4㎏밖에 못 뺐다. 이 나이가 되면 살이 잘 안 빠진다.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