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왁스(34)가 1년6개월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메마른 감성을 적시는 진솔한 발라드로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그는 9집 ‘폴 인…파트1’에 데뷔 10년을 맞은 깊이와 여유도 담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과잉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했던 그는 이번에도 ‘술이 웬수야’라는 솔직한 제목의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너무 직접적인 제목이라 조금 민망했는데 주변에 남자 동생들이 적극 공감하더라고요. 돌려서 표현하는 것보다 이렇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가사가 제게 어울리긴 한 것 같아요. 술을 소재로 해서 연말에 더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기대도 해봐요.”
‘눈물 한 번 없이 지냈는데 술이 웬수야’라는 가사처럼 잊은 줄 알았던 헤어진 연인이 술을 마시니 생각난다는 내용의 쓸쓸함을 담았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어렸을 때 일이죠. 그 반대의 경우도 겪어보니 그래서는 안 될 행동이더라고요. 녹음할 때 그때의 기억을 애써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제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디셈버, 나비 등과 작업했던 오성훈이 작곡한 이 곡은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진 이지 리스닝 트랙이다. 기존의 정통 발라드와 달리 비교적 빠른 미디엄 템포의 곡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있다.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장르적으로는 왁스 스타일이지만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사람들과의 작업으로 변화를 줬어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 확실히 예전과 다른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히트곡 메이커 신인수와 최갑원이 작곡과 작사를 맡은 ‘내가 미쳤지’는 전형적인 왁스표 발라드다. 남자에게 무참히 버려진 여자의 감정을 미련과 아쉬움이 아닌 극단적인 원망과 후회로 표현했다. 이 곡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너란 남자를 사랑한 내가 미쳤지’라는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이 밖에 어쿠스틱한 기타사운드가 인상적인 ‘꿈을 꾸다’, 기교를 최소화하고 성숙한 보컬의 매력을 살린 ‘백번이라도 돼’ 등 다양한 느낌의 발라드가 실렸다.
“모던록 트랙인 ‘여행’은 조규찬씨가 유학 가기 직전인 8월 만든 곡이에요. 한국과 미국 사이를 e-메일로 통하며 녹음과 디렉팅을 완성한 특별한 곡이죠.”
10년간 사랑 노래를 불러왔지만 실제 사랑에는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특히 해가 더해질수록 결혼은 점점 어려워지는 숙제라고 했다.
“결혼한 주위 친구들로부터 여러 얘기를 듣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라도 빨리 하고 싶어요. 하지만 문제는 상대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거죠. 솔로가 된 지 1년이 넘었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조심스럽고요. 까칠할 것 같은 제 이미지 탓도 있는 것 같고. 알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어디 괜찮은 남자 없을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