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지만 트렌드를 포기할 수 없는 ‘ET(Economical Trendy)족’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생필품에 머물러 있던 알뜰 소비 영역이 패션·뷰티 등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수석연구원은 “최근 롯데치킨이나 이마트 피자 등 저가 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전보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새로운 쇼핑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싼 제품보다 유행을 반영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상품을 ET족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저가 화장품·페이크 퍼 유행
서울 명동 중앙로는 이제 중저가 화장품 매장들이 점령했다. 10대 천국이던 이곳엔 ‘이승기 세럼’ ‘김현중 팩’을 사려는 30∼40대 여성들로 빼곡하다.
더샘·더페이스샵·토니모리 등 브랜드숍만 50곳이 넘는다. 론칭 초기 3300원짜리 저가 화장품으로 10대들을 공략했던 브랜드들은 이제 백화점을 찾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7일 브랜드숍 더샘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0개 상품 가운데 절반이 2만원대다. 더페이스샵의 ‘명한 미인도 더할 나위 없는 환생고 크림’은 6만8000원이란 가격에도 한 달 평균 8000여 개가 팔려나갔다.
더샘측은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화장품을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30∼40대 여성들이 브랜드숍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크 퍼(Fake Fur)’의 유행은 부끄러운 소비 행태였던 ‘짝퉁’ ‘가짜’가 스마트 쇼핑의 대명사로 탈바꿈한 경우다. 동물보호와 환경문제를 고려하고 패션은 포기할 수 없는 똑똑한 멋쟁이들은 가짜 모피를 두른다.
올해 출시된 퍼 제품은 ‘고가 의류’란 고정관념을 떨쳐버렸다. 대신 젊은 감각을 덧입었다. 소매나 깃에 인조 퍼를 단 코트나 베스트로 멋을 내는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거리를 휩쓰는 중이다.
◆소셜커머스도 ‘ET족 천국’
‘노 세일’ 정책을 펴 온 편의점업계는 최근 ET족들의 출현에 술렁대고 있다. 최근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 가격 인하를 선언, 고객 모으기에 성공해서다.
이들 편의점에서 1일부터 신라면·참이슬후레쉬 등 9개 인기 제품 가격을 내린 결과 매출이 지난해보다 26% 뛰었다. 편의점도 이제 가격이 저렴한 곳을 골라 쇼핑하기 시작한 셈이다.
세븐일레븐 브랜드전략팀의 최민호 과장은 “할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편의점 주고객인 10∼20대 소비자들의 방문이 늘어난 것은 물론 라면·소주 등을 박스째 사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고객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요즘 ET족들은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잔뜩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패션상품권·외식티켓·공연티켓 등을 반값에 살 수 있다는 매력에 트위터를 타고 세일 소식이 퍼져나가고 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의 경우 오픈 두 달 반 만에 총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KT커머스가 최근 시작한 ‘하이 제임스’는 커피 쿠폰을 2000원에 팔아 오픈 첫날,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