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년차 직장인 윤정아(35)씨는 요즘 동료들에게 얼마 전 자신이 가입한 한 저축은행의 ‘연탄나눔 정기예금’을 알리느라 바쁘다. 이 예금은 1계좌당 연탄 5장씩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기부형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윤씨는 “금리도 연 4.7%로 시중은행보다 높고,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0.1%의 우대금리도 준다”며 홍보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2. 대학생 이아람(22)양은 이달 초 한 달 1만원의 보험료로 교통사고와 재해수술비를 보장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비슷한 보험이 많이 있었지만 이를 택한 이유는 1만원의 보험료를 낼 때마다 1004원을 적립해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하기 때문이다.
기부가 사회의 키워드 중 하나로 떠오른 요즘, 연말 상여금이나 여윳돈 등을 굴려 수익도 올리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착한 금융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객이 기부하면 금융회사도 같은 금액만큼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이 인기다.
지난 11월 ‘연탄나눔 정기예금’을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은 토마토저축은행은 최근 매달 발생하는 이자에서 고객과 은행이 각각 1004원씩 기부하는 ‘천사정기예금’을 내놓으며 착한 은행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참저축은행이 출시한 ‘다문화 참사랑 정기예금’도 눈길을 끈다. 가입 고객들에게 4.7%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은행이 가입금액의 일부를 적립해 마련한 지원금으로 다문화가족을 후원하는 구조다.
기업은행의 ‘아이비케이(IBK) 지진구호상품’은 외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자를 돕는다. 예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하면 예금상품은 판매 잔액의 0.1%, 펀드는 판매수수료 3%를 기부금으로 적립한다. 농협의 ‘행복한 대한민국 통장’은 판매금액의 0.1%를 기금으로 조성해 사랑의 쌀과 김치 나누기 행사에 사용한다.
여윳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실속도 챙기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이용실적만큼 적립해주는 포인트로 회원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포인트 기부는 대부분 1포인트(1원)부터 기부할 수 있어 적립된 포인트가 소액이라도 참여할 수 있고,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돼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도 기부형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무배당 수호천사 사랑나누기 보험’은 보험료의 10.04%를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하는 상품이며, 푸르덴셜생명은 ‘위시플러스 특약’을 통해 사망보험금의 1%를 지정 기부처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착하게 돈을 버는 이런 금융상품은 일회성 후원이나 자원봉사와 달리 지속적이면서 새로운 기부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