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병만이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품에 안은 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SBS·MBC 사장님들, 코미디에 투자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 만난 최양락과 심형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실컷 웃겨놓고도 뒤로 가서는 저질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희극인의 숙명”이라며 “저질이라고 욕 먹어도 좋으니 제발 희극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최양락의 지적은 구체적이고 날카로웠다. “드라마는 시청률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코미디는 시작과 동시에 ‘빵’ 터지지 않으면 바로 막을 내린다”며 “드라마 제작예산에서 극히 일부만 떼어내도 코미디 프로그램 몇 개는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을 웃겨야 할 희극인들이 정작 자신들은 울고 있다. 웃길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지상파 방송3사의 코미디 홀대는 젊은 희극인들의 소극장 공연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소극장 공연을 찾고,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이 방송에 눈을 돌리는 순환 구조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다양성의 차원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누가 누구를 불쌍하게 여겨 돕는다는 차원이 아닌, 시청자들을 위해 그래야 한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는 서민들에게 하루의 피로를 잊고 실컷 웃을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최고의 여가 수단이다.
안방극장에 웃음이 넘쳐나면 더불어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유머 감각도 지금보다 향상될 것이다. 웃긴답시고 ‘자연산’ 운운하는 ‘유머 불능’ 정치인도 사라질테니 코미디 프로그램의 활성화야말로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시급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