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새해의 아침해가 밝았다. 신묘년 토끼해의 아침이다. 동해의 검푸른 바닷물을 헤치고 둥그렇게 솟아오른 태양의 햇살이 온누리에 눈부시다. 그 아침해를 바라보며 스스로 가슴에 새기는 우리들의 각오와 포부도 각별하다.
더구나 올해는 나라 안팎으로 적잖은 과제와 임무가 주어져 있다. 당장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데다 경제회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빈부격차와 이념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좁혀나가는 데도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로서도 그동안 미뤄두었던 개각을 연말에 전격 단행함으로써 새 출발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실업을 해소하며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청사진도 마련되었다. 이런 의지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골고루 적용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 간의 신뢰관계가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양보할 수 있는 상생의 분위기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토끼의 재빠르면서도 조심스러운 성품, 임기응변에 능한 순발력, 영리함에서 삶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달나라의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옛 설화에서처럼 유순한 성품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토끼에게 배우는 교훈이다.
그러나 토끼에게도 어려움과 약점이 없지 않다. 족제비나 여우, 늑대 등에 의해 늘 쫓기고 시달리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토사구팽’이란 말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 버림을 받게 된다”는 뜻이지만, 어차피 토끼는 사냥감이 되기 마련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도 뒷다리가 길고 앞다리는 짧은 탓에 내리막 줄행랑에서는 균형을 잃고 자빠지기 일쑤다. 오르막에서 뜀박질 선수처럼 날쌔다고 해서 내리막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자칫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지레 비탈길을 겁내서 돌아가는 것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토끼꿈의 해몽이 뜻하듯이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사회의 발전’은 모두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거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간 둘 다 놓친다”는 속담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연초의 덕담은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