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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스탠드업 코미디’의 자유

“전석 매진이라고 했는데, 아 저 빈자리 보이지요? 네. 지금쯤 이화여대 앞에서 헤매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여기 100주년 기념관 어디에요? 하고 물으면서. 하하하.”

2010년이 저무는 날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의 김제동은 관객들이 숨 돌릴 사이 없이 재치 넘치는 입담을 펼치고 있었다.

무대 한쪽 테이블 위에 은색 보온병이 등장하자 모두 웃는다. ‘보온병’은 어느새 이 나라에서 정치용어가 돼버렸다. “아니 그러면 이걸 애들이 가지고 다니면, 특수부대 되는 겁니까?” 이제 곧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곳곳에서 공연을 할 터인데 여기서는 살짝 맛보기로 그치겠다.

이제 40도 안 된 청년에다가, 전문대를 무려 11년이나 다녔고 지금은 대학 4년 편입생이다. 미남이라는 기준과는 좀 멀고, 살아온 이력도 ‘탈락자’에 가깝다. 오늘의 현실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꼽기에는 주저될 만하다. 그런 그가 우리 사회의 영혼에 의미 있는 웃음과 격 있는 익살을 선사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떨리지는 않느냐는 초대 손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침반은 떨면서 점점 분명하게 정북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가?” 이 시대 역시 그렇게 자신이 갈 길을 찾아갈 것이다. 철학이 있는 어릿광대 피에로다.

김제동 같은 스탠드 업 코미디언은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 홀로 올라 몇 시간이고 현장감 넘치는 재담을 엮어 나갈 내공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스탠드 업 코미디의 원조는 영국이고, 그걸 꽃피운 것은 미국이다. 음악을 연주하던 공연장에서 정치적 풍자를 마음껏 풀어내면서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현실의 이면을 날카롭게 보게 하는 데서 스탠드 업 코미디는 발전했던 것이다. 한때 권력은 대본에 대한 사전 검열까지 하려 들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의 스탠드 업 코미디는 TV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와 ‘투나잇 쇼’는 그 대표 격이다. 그들이 있어 미국 사회는 유쾌하고 더욱 자유로워진다. 이들 앞에서 권위를 잡을 수 있는 권력자도 없고, 그러려는 권력자는 더욱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인문학적 감수성을 가진 피에로가 있는 나라는 행복하다. 그런 그에게 자유를 앗아 가는 나라는 우울해진다. 우린 행복하고 싶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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