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 25살 여자인데요, 최근에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남자친구 때문인데요, 그 직장에선 저에게 성희롱을 하던 한 남자 상사가 있었는데 그 얘기를 남자친구한테 담담하게 하니까 평소엔 온순했던 남자친구가 크게 분노해서 그 상사를 찾아가서 폭력을 휘두른 것입니다. 물론 그 상사도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더 크게 일은 안 벌였지만 전 분위기상 당연히 그만두게 된 거죠. 어차피 그만두고 싶었으니 아쉽진 않지만요. 그런데 문제는 남자친구가 앞으로도 나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있다면 또 가만히 안 있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전 왠지 남자친구가 이젠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마음도 점점 식어 가는 느낌이고요. 어쩌면 남자친구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데 제가 이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게 이상한 걸까요?
(돛단배)
Hey 돛단배!
물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덤빌 수 있었던 것은 사뭇 감동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실 애정을 빙자한 폭력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지. 즉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겠지만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그 몹쓸 상사를 때린 것은 여자친구를 위함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
즉 자신의 질투심과 열 받음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었던 거야. 그러면서도 그런 행동들이 분명히 여자친구를 동시에 기쁘게 했다는 자신감이 있는 모양인데, 이제 남자친구의 ‘욱’하는 성격을 한 번 알게 된 이상, 좀 무섭긴 하겠지만 ‘나를 위해 그 사람을 때린 것에 대해 사실 나는 별로 기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복잡한 마음이 든다’라는 진짜 마음을 잘 전달하지 않으면 안 돼. 안 그러면 비슷한 일이 향후 계속 반복될지도 몰라. 사람의 속마음은 의외로 복잡하고 다층적이라 남자친구 역시도 어쩌면 내면에서는 힘들었는데 ‘여자친구가 좋아하니까,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무리했던 것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
(캣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