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이 2011년을 맞아 새로 쓰이고 있다. 버려야 새롭게 채워지는 물리·심리적 클리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일본에는 청소 컨설턴트가 인기 직종이 됐고, 국내에선 사찰과 기부단체를 중심으로 나를 위한 비움 운동이 활발하다.
이시바시 다모쓰(45)는 일본의 ‘가타즈케 코치’다. ‘정리 정돈’을 뜻하는 ‘가타즈케’에서 따온 이 직업은 단순히 청소 대행업자가 아니라 라이프 코치에 가깝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개인에겐 주변 정리를 통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주고, 기업이나 단체엔 환경 개선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이시바시는 “쾌적한 삶은 삶의 의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준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이런 현상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도량청정’과 닿아 있다. 수행을 하는 장소를 일컫는 도량을 맑고 청정하게 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입적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등의 법문은 여기서 나왔다.
책 ‘1식3찬 보약밥상’에서 디톡스 푸드를 통한 치유를 강조한 사찰음식 전문가 운아 스님(연화사)은 “꽉 차 있으면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조급함을 덜고 느긋하게 삶을 꾸리기 위해선 주변을 끊임없이 비워 마음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청소 코치들은 상담을 통해 청소 구역과 기간을 정하고, 남성과 어린이의 가사 참여를 넓혀 ‘청소=주부의 일’이라는 구태를 파괴한다. 지난달 27일 NHK는 ‘가타즈케 코치’를 방송하며 ‘정리정돈하며 시작하는 새해’를 강조했다.
현대인의 질병을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이라고 짚은 운아 스님은 “주변이 정돈되면 자기 자신에게 보다 집중하게 돼 삶의 질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충고한다.
떠들썩한 연중계획보다 정갈한 여백을 두는 국내외 새해맞이 풍경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계획은 기간이 아니라 가치의 단위라는 의식 변화가 첫째다. 매해 새로 쓰는 다짐이 오히려 습관이 돼버리던 경험이 오히려 밖에서 안으로 주변 정리를 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아름다운가게 홍보팀 김광민씨는 “과거엔 누구를 위해 써달라는 기부를 위한 기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집안팎 정리정돈에서부터 기부를 시작하는 실질적인 나눔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선진 의식 구조의 변화가 가져온 환경 개선의 측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구환경 개선의 최소 단위는 개인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청결은 타인의 청결로 이어지고 사회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년맞이 대청소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롭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새해 풍경이다.